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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출판계를 흔들었다. 올해 1월 장원영이 한 TV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초역 부처의 말’이 올해 역주행 신화를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차지했다. ‘소년이 온다’는 지난해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2016년 1월 1일부터 2025년 4월 20일까지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예스24는 4일 ‘초역부처의 말’이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2일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초역 부처의 말’은 장원영이 이 책을 즐겨 읽는다고 언급한 당일에만 전일 대비 20배(1983.3%)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1월 전체로는 전월 대비 판매량이 15배 급증했다. 이후 14주 연속 인문 분야 1위 자리를 지켰다. 전체 독자 중 30%는 20~30대이며, 이 비중은 전년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초역 부처의 말’은 2500년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부처의 말을 일본의 승려 코이케 류노스케가 현대어로 재해석한 책이다.

“책은 시간의 족쇄마저 끊어 버린다.” 칼 세이건이 그랬다.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된 옛 사람들의 책, 고서의 제본 방식, 한지의 질감과 세로쓰기까지 동양적 미감에 ‘라이팅 북’을 접목했다. 2층 전시장에서는 과거의 정서와 미래적 감각이 공존한다. 책가도 형식의 전시방식도 흥미롭다.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덕수궁 전시 등에 선보였던 작품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여성 계몽 잡지 ‘신여자’ 창간인 김일엽, 조선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 한국 현대무용의 개척자 최승희. 그리고 잔인한 식민 역사의 상징이자 기억되지 않으면 반복될 지도 here 모를 폭력의 증거인 위안부 문제까지. 강 작가는 20세기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존재이지만 잊혔던 인물들의 책을 다루고 있다. 주체적인 여성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되살려냈다.


한편 올해 초 출판계에서는 ‘초역 부처의 말’ 외에도 불교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타르타’의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48% 급증했다. 역시 20~30대가 구매자의 43.1%를 차지하며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이 말처럼 책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를 넘어 인간 존재와 시간, 감정과 기술이 교차하는 ‘응축된 우주’다. 여기, 빛나는 책의 방이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철학서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집, 쿠사마 야요이나 백남준의 작품집이 반짝이는 책으로 다시 태어났고 탑처럼 쌓여 방을 이뤘다. 미디어 아티스트 강애란의 작품 ‘지식의 탑’(The Towering of Intelligence)이다. 2016년 아르코미술관 개인전 때 처음 선보인 작품이 이번 전시 ‘사유하는 책, 빛의 서재: 강애란 1985~2025’이 열리는 종로구 와룡동 수림큐브 공간에 맞춰 재제작 됐다. 수림큐브는 재일교포 사업가였던 동교 김희수(1924~2012)가 인재양성과 예술지원의 뜻을 이루고자 설립한 수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책을 축으로 지난 40년간 활동해 온 작가의 예술적 사유 궤적을 펼쳐 보인다. 강애란은 책에 대해 “사유의 도구이자 감정의 저장소였으며, 동시에 감각을 일깨우는 예술적 장치”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책은 영혼의 거울”이라고 했듯, 강 작가에게 책은 정지된 매체가 아니라 빛과 소리, 몸의 감각까지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작가의 초기작은 ‘보따리’ 형태였다. ‘생각의 주머니’로서 보따리가 책으로 발전했다. 지하 1층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1980~90년대 초기작을 통해 책과 기억, 존재의 물질적 조형을 탐색한 여정의 시작을 보여준다. 석판화와 보따리 연작으로 시작된 초기 작업은 1층의 VR설치와 LED 인터페이스로 구현된 라이팅 북(Lighting Book)‘ 시리즈로 진화했다. 암막커튼이 드리운 맞은 편 전시장에서는 인터랙티브 라이팅 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책꽂이에 놓인 여러 책 중 하나를 골라 선반 위에 올려놓는 순간, 전시장을 꽉 채우는 크기의 거울형 설치 작업이 책으로 변신한다. 읊조리는 목소리로 가득한 방에서, 빛나는 책 속으로 들어가 책 안을 거닐어 보는 경험까지 가능하다. 인간의 정신성을 밝히는 강애란의 ‘라이팅 북’ 연작은 ‘감응하는 책’이라는 존재론적 형식으로 확장됐다. 이 연작은 미디어아트 최고 권위의 미술관인 독일 ZKM 등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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